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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 책 바

2letter 2025. 2. 19. 23:14

마포구 자주 놀러 가?
나는 잘 안가는데 제일 유명한 홍대가 사람 많고 중고등학생이 놀기 좋은 곳이라 느껴져서 그런거 같아.
요즘 서울 외 지역 친구들을 만났는데 모두 합정에서 만났어. 부천이나 인천에서 가까운 서울이기도 하지만 여긴 그 복작한 느낌이 덜 들어서 좋은 것 같아. 느낌 좋은 곳들이 많아서 그렇게 느껴질까.

이 날 간 곳은 옛날에 저장만 해두고 기억도 나지 않은 곳인데 미술에 관심 많은 우리가 만나는 날이여서 가게 된 곳이야.

문학살롱 초고

어두울 때 가니 내려가는 계단이 어둡더라. 지하거든!
문을 열고 들어가니 테이블이 하나 있고 옆에는 높은 책장이 벽 대신 서있어.
동그란 공간은 다양한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는데 고전서적에서 나올 법 한 엔틱한 의자가 많았어. 우리가 앉은 테이블은 같은 의자가 2개 있었는데 이 것 마저 좋았어. 나는 일행과 다른 의자에 앉는 것을 뭔가 은근히 선호하지 않아. 엔틱한 의자 2개가 있으니 정말 인테리어로 놔둔 옛 고전 서적 속 시대 배경의 공간에 온 느낌이더라!

소설책의 제목을 가진 칵테일을 마시러 온 것이니 우린 바로 책 목록이 있는 메뉴판으로 넘어갔어.
지금 글을 쓰다보니 멋진 말이다. 책도 메뉴가 될 수 있는 가게.

친구는 복분자가 베이스인 아르에르노의 <탐닉>을 나는 오은의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를 골랐어.
네이버 지도에는 책 제목만 써있는데 메뉴판에는 알코올 도수와 들어간 재료도 써있어 그 향을 상상할 수 있어.

달달한 술은 안 좋아하지만 체리는 좋으니까. 그 날 친해지고 싶던 친구와 춥지만 감성 있는 루트로, 좋아하는 얘기를 하는 그 순간들이 좋았어서 그 제목이 더 끌렸나봐.
<탐닉>을 재료 소진으로 읽지 못하고 두 잔의 분위기를 주문했어. 정말 우리가 되어 작지만 기분이 몽글해지더라.

알리오올리오 하나와 체리 칵테일 두 잔. 빨간 시집 두 권이 갈색 책상에 놓였어.
오른쪽에는 낮은 소파에 푹 누워 책을 읽는 두 여성들이 있었어. 나도 책을 읽어볼까 훑어봤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친구와 단 둘이 처음으로 놀러 나왔잖아. 대화가 더 궁금했어.

다이어트를 위해 좋아하는 알리오 올리오를 한 두 번 포크질 했어. 버섯 알리오 올리오였는데 양송이 버섯이 정말 맛있더라. 고기같았어. 고기를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야채에서 이런 맛이 나면 감동스러워. 칵테일은 빨갛고 인위적인 향수 향이 아닌 체리 향이 퍼지고 약간의 알코올이 나중에 퍼졌어. 체리콤포트도 잭스페로우의 칼에 꽃혀있는데 그 유명한 체리콤포트 브랜드의 것이 아닐까. 하나하나 신경 쓴 것 같은데 중요한 한 입도 신경써서 골랐을거 같았어.

책을 읽는 분위기라 조용히 얘기하게 되는 분위기에 2차를 찾아보고 나왔어. 크게 얘기하는 사람은 아니야. 그치만 조용하면 대화에 빠져들기 힘들잖아? 술도 먹었고
복분자를 좋아해서 탐닉이 궁금했는데 다음에 이걸 마시러 한 번 더 가지싶어.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곳은 아니였는데 이런 찰나의 순간이 책방과의 연을 만드나봐.


너의 하루도 행복했길 바라.